1장
노동인구 규모 감소를 인적자본의 질 개선으로 만회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노동생산성이 두 배로 높아지면 노동력이 절반으로 줄어도 실질적인 노동 투입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교육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젊은 노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여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안도 중세 유럽인이 갖지 못했던 선택지이다. 이미 많은 분야에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이 도입되어 생산 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2장
앞서 살펴본 결과는 한국의 노동인구가 고령화되는 한편 고학력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동인구의 특성 변화는 생산성을 조정한 노동 투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전망할 때, 나이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효과, 즉 나이 효과(age effect)뿐만 아니라 태어난 시기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효과, 즉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미래의 고령자도 현재의 고령자와 같으리라는 통상적인 가정을 대입하면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나이 들면서 생산성이 낮아지는 나이 효과 때문에 고령층 노동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산성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의 고령자가 현재의 고령자에 비해 더 건강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는 한국 특유의 인구특성 변화로 말미암아 생산성이 개선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3장
그렇다면 20년 이후의 미래에는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노동력의 총량이 부족해질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산업구조와 기술변화로 노동 수요가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 공급이 빠르게 감소하더라도 노동 수요가 그보다 빠르게 줄어든다면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노동력 부족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노동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아우터(David Autor) 교수의 추측에 무게를 싣고 싶다. 그는 이러한 기술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란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1960년대 미국의 존슨 행정부에서도 기계가 인간노동을 대체하는 현실에 대비하여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음을 드러낸다. 그는 이러한 오래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노동의 “주체할 수 없는 풍요”가 아닌 “희소성”이었음을 지적한다
4장
인구변화로 고학력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감소하리라 예상되는 산업은 연구개발업으로, 감소 규모는 3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이외에도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 장비 제조업,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등의 산업에서 1만 명 내외의 노동력 감소가 예상된다. 인구변화로 고학력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은 부동산업, 도매 및 상품 중개업, 교육서비스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국제기관·외국기관, 전문서비스업 등이다.
인구변화로 노동 공급이 늘어나는 부문의 일반적인 특징은 현재 인력구조가 심하게 고령화되어 있지 않고 중년 및 고령자(특히 고학력자)의 퇴출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구변화로 노동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업은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55세 이상 취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50대 취업자가 5년 후 같은 산업에 남아 있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러한 특성을 나타내는 부문은 노동인구의 고학력화와 고령화로 오히려 취업자가 증가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특성을 나타내는 산업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자들이 대규모로 은퇴하고 늘어나는 중장년층이 조기퇴직이나 타 부문 이동으로 빠져나가면서 급격하게 노동력이 감소하게 된다.
7장
그렇다면 한국은 왜 고학력자로 대표되는 ‘파워 시니어’의 고용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을까? 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고령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들 수 있다. 한국의 고학력·고숙련 인력의 다수는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다. 그리고 이 부문은 정년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때까지 일하게 하자는 취지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현재 한국 노동시장 여건에서 이 방안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를 엄밀하게 진단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여기서 제기할 주된 질문은 두 가지이다. 첫째, 정년 연장은 현재의 노동시장 여건과 미래의 고령인구 변화를 고려할 때 노동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인가? 둘째, 정년 연장의 다른 효과들, 예컨대 청년 고용에 대한 잠재적인 부정적 효과와 고령 빈곤 완화에 대한 잠재적인 긍정적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즉 고령 친화성 지수가 높은 직종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여성과 고학력 청년의 고용도 상대적으로 늘었다. 이는 여성과 고학력 청년이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 특성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
8장
4장에서 제시한 장래의 노동력 부족 부문은 이번 장의 앞부분에서 살펴본 외국인력 집중도가 높은 부문과 그다지 잘 부합하지 않는다. 가까운 장래에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리라 예상되는 5개 산업은 사회복지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전문직별 공사업,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 소매업(자동차 제외) 등이다. 반면 현재 외국인력은 주로 일부 제조업, 건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농업 등에 집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기본 원칙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국내 산업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국인력을 효율적으로,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필요한 부문에 적절한 노동력이 탄력적으로 공급되어야 기업이 잘 돌아가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둘째는 외국인력 유입이 내국인 노동자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충분한 노동력 확보가 중요하더라도 일부 내국인 노동자가 과도한 희생을 치르는 결과는 최대한 피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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